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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산이 부서진 남자
서지 사항
- 저자: 마이클 로보텀(Michael Robotham)
- 역자: 김지현
- 출판사: 북로드
- 출간 정보
2015.10.22. 전자책 출간
2015.10.08. 종이책 출간
목차
처음으로
1
2
…
69
70
에필로그
감상평
도서관이나 서점의 서가에서 이 책을 봤다고 해도 뽑아서 읽지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고전 장르소설을 제외하고는 장르물 서가는 다음 코너에 가기 위한 통로 쯤으로 여기는 터였기에 책 제목을 눈여겨보지도 않았을 것이다.(장르 비하의 의미가 아니니 오해 말길. 취향이 아니라는 의미) 그런데도 이 책을 읽게 된 데는 특별한 이유가 …… 없다. 그저 가지고 있는 이북(e-book)을 하나하나 쳐내자는 마음에서 가볍게 읽어낼 수 있는 소설 한 권을 선택한 것이다.
내 리페프에 <조 올로클린 시리즈>로 <미안하다고 말해>, <내 것이었던 소녀>, <산산이 부서진 남자>가 들어 있다. 이중 손가락 가는 대로 읽기 시작한 게 바로 <산산이 부서진 남자>다. 인물 묘사나 사건 전개 등 작법 등에서 일정한 성취를 있는 작가이고 캐릭터 설정 등 흥미롭고 재미를 느낄 만한 요소는 많지만 전체적으로 한방이 부족하다고 할까? 역시 광고는 광고인 모양이다. 광고 문안에 나오는 스티븐 호킹의 책이 서너 배는 재미있는 듯하다. 너무 눈에 띄는 복선이 난발되고 기드온 테일러(범인)나 조 올로클린(주인공)의 심리 변화가 너무 비약적이다. 게다가 범행 수법이 객관적으로는 만의 하나에 해당하는 행운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재미를 반감하는 부분이다. 피해자의 마음을 부수는 과정에 공감이나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다. 정보전이 가미된 보이스 피싱이 주된 수법인데 그것만으로 과연 피해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진정으로 자식의 목숨과 자신의 목숨을 바꾸려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자식과 분리 불가능한 모성애과 가족애아는 전통적 가치의 환상에, 파키슨병, 심리학, 사이코패스, 불륜, 일종의 음모론 등이 맛을 더했지만 평작에 그친 듯하다.
중간중간 올리버(통신 추적 감시 담당)의 과학적 수사에 관한 설명이 조의 공학적 무지로 대치되면서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식이 되어 버린 것도 나로선 좀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이 수사 기법에 대한 설명이 작품의 흡인력은 방해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유선 전화를 통해 추적으로 범인을 잡는 것은 좀 용두사미 아닌가!
쓰다 보니 아쉬운 점만 나열하고 말았다. 앞서 기대 없이 잡아든 책이었지만 재밌게 읽었다. 간결한 문체와 참신한 비유 등은 읽는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다만 위에서 언급한 부분 등이 아쉽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일종의 추리물로 착각하고 읽은 내게 허물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형사가 증거물을 찾듯이 행간에서 복선을 골라 내며 읽었던 까닭에 스릴러물로서의 참맛을 놓친 것일도 모르겠다. 하지만 … 스릴러물이라고 하더라도 기드온이나 조 누구의 심리도 독자의 마음을 앗아가진 못한 듯하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을 더 읽을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이 시리즈를 더 읽더라도 왠지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함정/구덩이/저승과 진자>(The Pit and the Pendulum)를 다시 읽어 봐야겠다. 작가의 손에 내 심장을 온전히 내맡기지 못한 피학성이 채 충족되지 못한 탓이다.
한 줄 평
스릴 넘치는 추리소설을 원했다면 실망할지 모르니 다소간의 스릴에만 집중하자.
밑줄
- 죽음에 프라이버시는 없다.
- 시꺼멓게 차려입은 문상객들은 로드킬을 당한 짐승의 주변을 맴도는 까마귀처럼 보인다.
- 인간의 마음이란 너무나 복잡하고, 너무나 예측 불가능하고, 너무나 불확실한 바다와도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헤엄치는 것뿐이다. 언젠가는 건너편 해안가에 닿기를 기대하면서.
- 술을 입에 탁 털어넣는 모습이 꼭 구강청결제로 입을 헹구는 것처럼 보인다.
- 공포는 시간을 팽창시키고, 공황은 시간을 무너뜨리고 소멸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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