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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사항
- 저자: 마이클 로보텀
- 역자: 김지선
- 출판: 북로드
- 전자책 출간 2016.04.02.
감상
⟪산산이 부서진 남자⟫ 때도 그랬지만 띠지의 "로보텀은 이 시대의 진정한 거장이다"라는 이 문장은 여전히 공감하기 어렵다. 늙어서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탓이려니 돌려 생각해본다. 하지만 저 문장이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재밌어, 그대로 나만은 못 해'(스티븐 킹)로 읽히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로보텀의 글을 평가절하하자는 것은 것은 아니다. 이번 소설에도 본받을 만한 묘사와 멋진 비유를 만날 수 있었고 그때마다 어김없이 밑줄을 긋고 타이핑해 보곤 했으니 말이다. 다만 장르소설계에서 스티븐 킹의 작품만큼의 인상을 주지 못했다는 것뿐이다. 아무리 스티븐 킹의 입을 빌어 칭찬을 한데도 말이다.
이전에 읽은 ⟪산산이 부서진 남자⟫의 후속작이다. 이전 사건에 가족까지 휘말려 첫째 딸 찰리와 아내 줄리안이 큰 시련을 겪게 되고 결국 조지프 올로클린 교수(조)는 아내와 별거에 들어가게 된 시점부터 시작된다. 이전 사건을 교훈 삼아 올로클린은 되도록 형사 사건에서 엮이지 않으려 노력하며 아내와 관계가 회복되길 기다리고 있다. 자숙의 기간인 것이다. 하지만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조는 형사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딸의 절친인 시에나 헤거티가 존속살인 혐의로 기소되면서다. 물론 사건 초반에는 조도 사건에 개입하는 걸 꺼린다. 아내 줄리안과의 관계가 회복되길 바란다면 더더욱 형사 사건에 개입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세상사가 어디 뜻대로 되나. 찰리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택시 기사와의 사건을 무마해 주는 조건으로 베로니카 클레이 경감(로니)을 도와 시에나의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하지만 시작은 로니의 요청에 의해서였지만 조는 로니의 경고도 무시하고 사건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게 된다.
문제는 이 사건이 한 가정의 단순한 존속살인 사건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시에나 사건과 별개로 사회적 이슈가 되어 있던 인종차별 테러 범죄가 있었다. 출안안이 통역을 맡고 있던 사건이었는데 이 사건과 시에나의 사건이 엮이면서 상황은 복잡해진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작품을 읽으시길.
여전히 재밌기는 하지만 장르소설의 한계상 작품을 읽은 후 깊은 울림은 없다. 내 좁은 감식안이 여전히 낭만시대에 심취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내가 손가락으로 꼽는 장르소설의 시초이자 대가인 에드거 앨런 포나 킹의 작품에 비견해서는 여전히 스릴이나 반전, 간담을 서늘케 하는 적확한 문장의 힘 등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분명 흡입력과 재미가 일정 부분 보장되는 작품이라는 사실은 변함 없다. 장르 소설이 생각날 때 한번 꺼내 봐도 좋을 작품이다. 이전 작에도 그랬지만 '위기-절정'까지는 상담한 흡인력을 보이는데 '절정-결말'에서 다소 맥없이 긴장이 풀린다.
밑줄
자해다. 자기 학대. 시에나에게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세상으로부터 감춰진 부분이. 어쩌면 그게 시에나가 자신의 표면을 긋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그 아래 있는 것을 찾으려고.
결혼이란 책임감의 여권
그는 말이 거의 없고 생각은 더 적은 남자다.
그레이하운드처럼 마른 몸에, 자판기 커피와 아드레날린을 연료로 작동하는 흔한 레지던트다.
6시 35분이다. 밖은 아직 어둡다. 간혹 이렇게 잠이 깰 때가 있다. 무슨 소린인지 짐작도 가지 않는 소리가 들린다. 낡은 집은 설명할 수 없는 삐걱대는 소리와 신음 소리로 가득하다. 마치 나 좀 알아달라고 투덜대는 것 같다. 다락방의 발검을 소리들. 나뭇가지가 유리창을 긁는 소리들.
심야의 시간에 관해 몇 번 작문을 한 적이 있다. 이렇게 담백하게 묘사해내진 못했었다. 아마도 그 시간대에 묘사하는 글을 썼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산 자와 죽은 자를 다 같이 환영한다. 벤치, 욕조, 해부용 메스, 모두 소독 살균되고 광이 나도록 닦여 할로겐 빛을 반사한다.
사람들은 변했다. 나는 이 도시가 변한다면 무언가 폭력적이고 충격적인 사건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 재정적 붕괴. 지구 반대편에서, 융자를 갚을 수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 의해 촉발된 금융 위기.
세상을 변화시킨 사건을 간취해 냈다는 점에서는 탁월했으나 그 사건의 원인을 이해하는 방식은 전혀 납득할 수 없다. 올로클린 교수가 경제에 전연 무외한임을 드러내려고 한 게 아니라면 작가가 미국발 국제 금융 위기를 "융자를 갚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로 인해 일어난 것이라는 피상적이다 못해 중세적인 인식 수준이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하며 분개하였다.
그는 마치 자신의 말에 납득하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버릇이 있다.
죽은 사람은 작별인사와 애도를 받고 안식에 든다. 실종자는 길종의 연옥에 붕 뜬 채,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의문과 희망을 남긴다.
육지에 적응하지 못하고 기어에 닻을 내린 채 오로지 혼자 있을 때만 행복해하는 외로운 뱃사람.
부모 노릇이란 공중곡예 같다. 언제 놋아줄지 알아야 하고, 아이가 공중제비를 돌고 다음 순간 손을 뻗어 고리를 잡는, 자신을 시험하는 과정을 지켜보아야 한다. 내가 할 일은 언젠가 그 애가 이쪽으로 다시 날아올 때 잡아줄 준비를 하고, 다시 세상으로 쏘아 보래주는 것이다.
이 작품의 제목 "내 것이었던 소녀"는 작품 내에서 중의적으로 해석된다. 고든 앨리스(이전 프리먼)의 눈으로는 자식의 사냥감인 '시에나' 등이 되겠으나, 조지프 올로클린 교수의 입장에서는 사춘기에 접어든 맏딸 '찰리'이다. 그 관계에 대한 고민이 이 한 문장으로 압축되어 나타난다. 물론 이 문장이 얻어지기까지의 과정이 본 줄거리는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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