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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wboy Bebop

'위상차 공간 게이트'라는 일종의 차원문을 건설하는 도중에 문제가 발생하여 달이 파괴되고 지구로 파편들이 떨어져 지상에서 맘놓고 살 수 없게 되자, 이미 테라포밍 진행중이던 화성을 비롯해 태양계의 다른 행성과 위성들을 테라포밍하여 건너가 살게되고, 지구에 남은 사람들은 지하도시로 거주지를 옮긴 후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세계를 그려낸 작품이다.
대체로 1~2화의 짧은 에피소드들 속에서 큰 줄기의 스토리를 따라 내용이 전개되는 구성을 따르며, 느와르를 기본으로, 어떤 편에선 우주 활극을, 어떤 때엔 생존극을 보여주는가 하면, 또 다른 에피에선 일상 코미디가 나오는 등 전체적으로 옴니버스 구성을 띠고 있다. 70년대 미국 액션 영화와 80년대 일본 탐정 드라마를 오마주하여 현상금 사냥꾼 일을 하지만 실적은 변변치 않은 주인공 스파이크 스피겔과 그 일행의 울고 웃는 이야기를 그렸다.

나무위키의 간략한 설명이다. 이보다 더 잘 개괄할 수 없어 그대로 인용하였다. 잘된 개괄이기는 하지만 이 작품의 묘미는 하나도 드러내지 못한 것은 건 팬으로서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끝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한 편씩 감상하며 관련 글을 올려보겠다. 기본적으로는 각 화의 내용을 소개하겠지만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는지는 나도 모를 일이다.

Session #1 아스테로이드 블루스(アステロイド・ブルース)

#1의 제목의 '아스테로이드'(Asteroid)는 소행성을 의미한다. 소행성의 블루스라니 도통 내용을 짐작할 수 없는 제목이다. 아스테로이드는 1화의 주요한 배경이 되는 소행성대를 의미하고 블루스는 1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나타낸다. 대체로 이러한 방식으로 제목을 짓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비밥을 감상하는 데 있어서 스토리와 음악이 1:1 또는 0.8:1.2의 비중인 까닭에 음악(장르)에 눈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블루스를 전면에 내세울 정도이므로(음알못인 까닭에 블루스=애가란 선입견 속에 안주하고 있다) 당연히 행복한 결말을 기대하는 건 어렵겠다.

멋진 오프닝이 끝나자 마자 등장인물 스파이크 스피겔(Spike Spiegel)의 상체 탈의 씬을 보게 된다. 중국 무슬, 일본 애니이니 공수도이려나 여튼 어둠 속에서 스파이크가 권술을 수련하는 장면이 나온다. 왼발과 왼손이 함께 나온 것 같지만 ... 기분 탓일 뿐 좀 멋지다.

바로 묵직한 목소리의 다응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목소리와 달리 부드러운 사람일 걸까? 주방에서 요리가 끝났다며 스파이크를 부르는 제트 블랙(Jet Black)이 담배를 꼬나물고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앞지마까지 장착하고 음식은 특제 친져 로스란다. 로스라니 고기, 고기인 걸까? 뭔가 이색적인 중국음식인 것 같다. 기름진 중국 음식에는 역시 빼갈이지!

친져 로스라는 명칭만 이색적일 뿐 이는 '고추잡채'일 뿐이다. 중국집 가면 요리 하나씩은 시키잖아요. 괜히 분란만 일으킬 '탕수육' 같은 거 말고 '고추잡채' 같은 말이에요.
잠깐 샛길로 새는 이야긴데, '고추잡채'라고 나오는 음식에 '고추'가 아니라 '피망'이 들어가는 건 아시죠? 고추와 피망은 영어권에서는 pepper라 통칭되니 피망(a green pepper)을 넣고 고추(a red/hot pepper)라고 해도 되는 모양입니다. 아마 중국 음식명을 영어로 번역한 것을 다시 번역한 이름이 정착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뭐 중국에서도 구분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아니면 원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고추가 사용되었던 것일까요? 중국집에서 '고추잡채'를 보면서 의아해했던 건 나뿐만은 아니죠? 그렇다고 합시다.

친쳐로스를 기대하며 운동을 끝낸 스파이크가 받아본 것은 바로 이것!

저 퍼런 건 문제의 피망일 것이며 모양으로 봐서 저 누리끼리 한 것은 죽순일 겁니다. 자 저 젓가락이 그 사이를 헤집으며 찾는 메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고기, 꼬기 말입니다.

고기가 빠진 친져로스를 받아든 스파이크의 혼마저 털린 표정을 지으며 젓가락으로 기름에 볶긴 풀밭을 헤치고 있네요. 상당히 귀엽습니다. 아직 20대라서 그런 게 분명합니다. 스파이크의 투정에 제트는 네가 사고 친 덕에 거지꼴을 못 면하고 있을 땐 이런 풀떼기가 친져 로스가 될 수 있다고 한방 먹입니다.

시작한 지 몇 분 안 되는 사이에 두명의 주요 등장인물과 이 둘의 관계(엄빠와 아들?)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스파이크의 이런 귀여운 모습은 이후에는 찾아볼 수 없으니 희귀한 장면이랄 수 있겠네요.

이 둘은 비밥호를 타고 함께 현상금 사냥꾼을 업으로 하는 동료입니다. #1의 사냥감은 아시모프 소렌산(Asimov Solensan): 250만 우롱입니다. 이름만 봐서 러시아계인 듯합니다만 위성차 공간 벨트를 살아가는 작품 속에서는 별 의미가 없겠지요. 조직의 상품인 블러디 아이(Bloody Eye, 안구형 마약 Red Eye의 최상품)를 빼돌려 애인(운반책)과 함께 화성으로 도주 중입니다. 도주 중 잦은 블러디 아이 사용으로 이미 심신은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당장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럴듯한 이름을 달고 있지만 작품 내에서는 비중이 별로 없습니다. 스토리상으로는 그의 애인이 히스페닉계로 보이는 여성이 더 비중이 있습니다. 1화에서 이름이 언급되지 않는데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이름이 카테리나(Caterina)더군요.

이 둘은 빼돌린 블러디 아이를 고가에 팔아치우고 그 돈으로 화상으로 도주하려고 합니다. 돈만 있으면 천국이라는 그곳, 화성! 그들에게 붉은 희망의 별이겠지요.

그럼 ... 꼭 행복해질 수 있어요.

그녀의 희망대로 화성에 가려면 먼저 블러드 아이를 팔아넘겨야 하는데, 가는 곳마다 조직의 추격자와 현상금 사냥꾼들이 나타나 상황이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화성 출신인 스파이크는 그들의 희망을 애닯은 눈으로 바라봅니다.

화성으로 도망칠 생각인가?
도망친다고 해도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화성이란 공간은 스파이크에게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한 스토리는 그립고도 슬픈 이름인 비셔스, 줄리아가 나오면 밝혀지게 됩니다. 우선은 스파이크의 슬픈 예감을 이 스틸샷에서 확인할 수 있지요. 측면이 아니라 정면 표정이었다면, 스파이크의 오드 아이가 도드라지면서 오묘한 표정을 더 잘 드러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파멸해 가는 아시모프와 그 곁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카테리나 사이도 결국 금에 가기 시작하고 맙니다. 먼저 자신을 쫓아온 현상금 사냥꾼 스파이크와 노닥거린 카테리나를 향한 분노가 스파이크의 목을 조르는 아시모프의 손아귀에서 느껴지는군요.

이어 스파이크와 조직의 추격자에게 동시에 쫒기면서 다급해진 아시모프는 총격전에서 총에 맞을 뻔한 그녀의 안위는 생각지 않고 그녀가 품에 안고 있던 블러디 아이만 걱정하고 맙니다. 분명 화성에서의 새 삶을 꿈꾸었을 그들이었지만 사냥감으로 쫓기는 사이 새 삶이랑 파랑새는 사라지고 초조와 불안이 그들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었던 것이죠. 특히 블러디 아이를 과다 사용한 아시모프가 더 빨리 붕괴되고 있었고요. 이미 사랑이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아시모프의 말에 카테리나는 자신들의 미래를 예감하게 됩니다.

힘겹게 도주를 감행해 보지만 결국 게이트 앞에는 경찰들이 이미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시모프...
그만둬요! 이제 이 이상은 소용없어요.
안돼.
이제 도망치지 못해요. 도망치지 않아

결국 카테리나는 자신들의 파국을 향해 묵묵히 받아들고 만다. 붕괴해 가는 아시모프에게 이른 안식을 선물한다. 둔탁한 한 발의 총성과 그들의 파국을 직감하는 클로즈업된 스파이크의 얼굴. 카테리나는 쏟아지는 총알 세례를 그대로 받으며 반중력 공간의 하나의 사물로 화하고 만다. 스산한 표정의 카테리나가 남긴 한 마디.

아디오스.

사건은 끝나고 일상의 단단함 속에 다시 특제 친져로스를 기다리는 스파이크. 그들의 파멸은 자신의 과거를 추억하게 한다. 서둘러 폐 속 깊이 빨아들였던 연기에 과거를 실어 뿜어 버리고 만다.


인물

  • 스파이크 스피겔(Spike Spiegel): 2044년 6월 26일 / 화성 출신 / 27세 / 신장 185 cm / 체중 70kg / 혈액형 O형.
  • 제트 블랙(Jet Black): 2035년 12월 3일 / 가니메데 출신 / 36세 / 신장 188cm / 체중 90kg / 혈액형은 A형.

BGM

  • Spokey Dorkey
  • Forever Bro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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